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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는 발끝에서 나온다

[신성대의 혼백론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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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대 주필(글로벌리더십아카데미 공동대표)
기사입력 2020-11-26

▲   신성대 주필  © 한국무예신문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성인 중 어느 분이 뭘 좀 안답시고 끄적댔다간 절대 성인은 못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우린 지금 그들을 학자(지식인)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성인은 말을 남기지 글을 남기지 않았다. 유사 이래 지식인이 세상을 선도한 적이 없다. 성인이나 영웅이 남보다 지식이 많아서 세상을 바꾼 건 아니다. 빌 게이츠나 잡스, 마윈이 좋은 대학에서 공부를 많이 해서 그런 업적을 낸 건 아니다. 누구도 제대로 논문 하나 쓴 적이 없다. 그랬다간 지금 그들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을 것이다.

 

지혜가 동사면 지식은 명사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지식이란 화석화된 지혜인 셈이다. 흔히들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지식은 지식(知識)이지 지식(智識)도 아니다. 지식(智識)은 곧 지혜(智慧)를 말한다. 그러니까 ()’()’의 차이겠다. 나아가 문명은 형용사까지 만들어 그걸 지식(명사)화 했는데 몽매한 인간은 그런 걸 더 가치 있고 고매한 일로 여겨 외우기에 급급하다. 실제로 수많은 선지식(善知識)들도 대개는 그걸로 경쟁해왔다.

 

 

흔히 학교에서 책(문자)을 통해 배운 것을 지식이라 한다. 학자나 교수들이 하는 일이란 현장에서 일어난 경험(지혜)을 지식으로 문서화, 그러니까 동사를 명사화 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새로운 생명체나 물질을 발견하거나, 전에 없던 물건을 만들거나, 알려지지 않았던 법칙을 찾아내거나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어 명명(命名)하는 작업은 인간에게 엄청난 희열을 주기 때문이다.

  

지식을 많이 축적한다고 지혜롭게 되지는 않는다. 물론 없는 것보단 백배 낫다. 특히 현대는 그런 걸로 경쟁하게끔 시스템화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 많은 지식을 현장화하는 데에는 문제 역시 많고도 많다. 지식이 백 프로 현장화가 안 되는 것도 문제지만 이미 네가 알고 내가 아는 정보가 무슨 경쟁력이 있을까? 지식이란 다른 말로 공개된 정보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노벨경제학상 받은 경영학, 경제학 교수가 주식으로 세계 최고 부자가 되어야 마땅한 일이다. 지식을 현장화 하려면, 화석에 생명을 불어넣으려면 새로운 환원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그 수단(manners)을 찾는 노력 또한 문명인의 수행이라 하겠다. 그것이 사색산책의 목적이다.

▲ 산책로. @산림청 제공     © 한국무예신문

 

전쟁을 동사적 행위라 한다면 종교나 예술은 형용사적 놀음의 극치라 하겠다.

세상(우주)에는 아직도 지식화 되지 않는 지혜가 많다. 그럴 찾겠다고 누구는 책을 뒤지는가하면 누구는 망원경이나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또 누구는 가부좌 틀고 앉아 제 뇌()를 뒤지는 등 각자 방식대로 머리를 싸매고 앉아있는 것 아닌가? 또 어떤 이는 다 귀찮다며 곧바로 신선이 되겠다고 앉아서 아랫배를 볼록거리고 있다. 이미 세상에는 지식이 넘치고 넘치는 데도 말이다. 더불어 검증되지 않은, 검증될 수 없는 헛지식들도 광산의 돌무더기처럼 쌓여가고 있다.

 

그럼 인간이 되고서도 생각조차 하지 말라는 거냐고 반문하겠다. 아무렴 그럴 리가 있겠는가! 다만 그 생각이 동사적인 생각인지 형용사적인 생각인지, 지식을 뒤지는 생각인지 지혜를 구하는 생각인지를 구별하잔 말이다. 어차피 수행이 깊어지면 대뇌의 대청소, 그러니까 자신의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모든 정보들을 모조리 끄집어내어 점검해나가는 작업을 해야 할 때가 온다. 그리고 그때 수많은 망상’ ‘생각(편견)’지식(선입견)’들을 내다버려야 한다.

  

지혜는 동사에서 나온다. 그러니 생각하는 작업을 하더라도 일어서라! 걸어서는 동사를 붙들고, 앉아서는 형용사를 살펴라. 뿌리가 깊어야 줄기가 튼튼해진다. 그러면 잎과 꽃이 절로 핀다. 좌선(坐禪)? 삼매(三昧)? 좌망(坐忘)? 앉아서 도통하겠다? 뿌리 없이 꽃을 피우겠다는 건 망상이다. 뿌리 없이 핀 꽃은 허상(虛想)이다. 앉아서는 동사가 잘 잡히지 않는다. 걸어라! 천천히! 그렇게 걸으면 혼()과 백()의 균형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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