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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32

부제: 비리아도(秘理雅道) 비밀스런 이치를 간직한 우아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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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예신문
기사입력 201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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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구 레이싱모델 황미희.(사진출처:Naver)  
독비괴사회혈한(獨臂怪士懷血恨)
외팔이 괴인은 피맺힌 한을 품었다

무력 1465년 보통(普通) 5년, 스무 살이 된 상천은 드디어 폐관 수련을 마치고 무관으로 내려왔다.

겨울도 거의 지나 잔설(殘雪)이 따스한 춘광(春光)에 사라져 가는 봄이었다.

마치 그의 연공을 축하하기라도 하는 듯 도심(都心)에서는 좀체 듣기 힘든 새소리가 들렸다.

연공실과 무관은 불과 한 층 사이인데도 공기가 전혀 다른 것 같았다.

공기는 오히려 탁하지만 자유가 있는 때문이었다.

‘이 또한 음양이고,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구나.’

상천은 마치 자신이 득도(得道)한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열린 마음을 갖게 된 상천은 무관에서 며칠을 보내는 동안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예전처럼 잔심부름을 하면서도, 비무를 하는 수련생을 보면 장점(長點)과 허점(虛點)이 한눈에 들어왔고, 공의 배치를 스쳐보기만 해도 가장 맞힐 확률이 높은 초식이 순간적으로 머리에 떠올랐다.

그만큼 상천은 구예와 일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구예란 것이 각 파마다 명칭과 연환은 다를 수 있어도 근본을 이루는 초식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기에, 기초가 튼실한데다가 구예의 모든 원리를 담고 있는 음양오행구를 익힌 상천이 그저  가장 적당하다고 여겨지는 수법을 떠올리면 그것이 바로 삼재간법이 되고 소림간법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따로 배우지도 않았지만 기본적인 육합간(六合杆)을 비롯하여 화려한 이화간(梨花杆), 정교한 삼재간(三才杆), 쾌속한 곤륜간(崑崙杆), 부드러운 무당간(武當杆), 웅후한 소림간(少林杆) 등 대부분의 구예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상천은 아직까지 남과 비무를 해본 적이 없기에 자신은 몰랐지만, 그의 무위(武威)는 신진 가운데는 가히 으뜸이라 할 정도였다.

오랜 잠을 자고 있던 잠룡(潛龍)이 드디어 기지개를 켜고 날아오를 준비를 한 것이다. 
 
따스한 봄볕이 온몸을 나른하게 만드는 어느 날 점심 무렵이었다.

사부는 잠시 외출을 했고, 상천이 홀로 무관을 지키고 있었다.

무관에 사십 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장신(長身)의 사내가 나타났다.

놀랍게도 그는 왼팔이 없는 외팔이였는데 전신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뻗치고 있었다.

외팔이 사내는 상천이 미처 말릴 틈도 없이 연습 중인 수련생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비무를 청했다.

“나와 한 번 겨뤄 보지 않겠나?”

오만한 말투에 자극을 받은 젊은 수련생은 즉각 이에 응했다.

‘팔도 하나뿐인 주제에… 감히 내게 도전을 하다니… 뜨거운 맛을 보여 줘야겠군.’

그래도 내공 사 갑자로 수련생 가운데는 고수급인 청년은 속으로 비웃으며 물었다.

“좋소. 삼구로 할까요 사구로 할까요?”

“아무 거나.”

귀찮다는 듯한 사내의 대답에 청년은 약이 바짝 올라 공을 배치하며 다시 물었다.

“삼구로 합시다. 그런데 내공 수위는 얼마나 되시오?”

“내공은 비교할 것 없어. 그냥 먼저 열다섯 점을 치는 쪽이 승리하는 걸로 해.”

계속되는 사내의 건방진 태도에 청년은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고 그저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뭐 하나? 먼저 치지 않고… 설마 나보고 먼저 치라는 건 아니겠지?”

그의 호통에 청년은 감전이라도 된 듯 놀라 자기도 모르게 간을 뻗었다.

그러나 떨리는 손끝으로 친 공이 제대로 맞을 까닭이 없었다. 수구인 백구는 제1적구인 황구를 맞히기는 했지만, 제2적구인 홍구가 있는 곳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가고 말았다.

“알만 하군. 초구도 놓치는 걸 보니…….”

외팔이 사내는 간을 대에 걸쳤다. 왼팔이 없으므로, 지교 대신 대의 목제(木製) 부분을 이용하여 간을 치려는 것이었다.

‘과연 저렇게 불안한 자세로도 공을 제대로 칠 수가 있을까?’하는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그는 한 손만으로 정확히 수구를 가격했다.

따-악-!

도저히 한 손으로 가격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엄청난 힘이었다.

황구는 백구를 강한 힘으로 맞히더니 무려 여섯 차례나 래일을 튕긴 후에 홍구를 맞혔다.

멀쩡한 두 팔로도 쉽게 돌리기 힘든 대회전(大回轉)이었다.

“우와-!”

두 사람의 비무를 구경하던 다른 수련생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외팔이 사내는 계속 초식을 펼쳤다. 압타(押打 밀어치기), 게타(揭打 걸어치기), 인타(引打 끌어치기) 등 각종 초식이 그의 간에서 쏟아져 나왔다.

사내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안정된 자세로 초간에 무려 여섯 점을 쳐냈다.

주눅이 든 청년은 제대로 초식을 펼치지도 못 하고 다시 차례를 넘겨 주었고, 외팔이 괴인은 또 다섯 점을 쳤다.

이어진 타구에서 청년은 심기일전(心機一轉)하여 진중하게 간을 내뻗었다.

후방회전(後方回轉)에 이은 타공래일(打空來逸)의 절기로 청년은 두 점을 얻었지만, 안타깝게도 세 번째 초식을 성공시키지는 못 했다.

외팔이 사내는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떠올리며 한 간으로 남은 네 점을 모두 쳐냈다.

그는 세 번만에 모든 점수를 쳐낸 것이다.

“흥! 그리고도 구예를 한다고? 해태반 늑하열언(海苔飯 肋下裂言)하고 있군.”

김{海苔} 밥{飯} 옆구리{肋下] 터지는[裂] 소리[言]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었지만, 현저하게 실력 차이가 나는 데야 어찌 하랴.

청년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 하고 물러섰다.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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