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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없으면 지혜라도 있어야

신뢰도 염치도 다 잃은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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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대 주필(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기사입력 2015-10-25

▲ 시진핑 주석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영국의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을 방문하여 앨리스 가스트 총장과 나란히 걸으면서 직접 우산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차이나데일리 캡처] 

지난 14일 새벽(한국시간)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때 마침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당시 공항영접은 피터 셀프리지 미국 의전장이 맡았었는데, 그때 박대통령이 곁에 동행한 의전장에게 우산을 함께 나누지 않고 혼자만 쓰고 걸어 나온 것을 두고 무매너가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그리고 그 논란은 이번에 영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동행한 여성들에게 우산을 받쳐주고 함께 걸어가는 사진과 비교하며 가십거리로 다시 등장하였다.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배려심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우산으로 보는 각국 지도자의 품격
 
하지만 이 논란은 먼저 비교 대상에서 초점이 빗나갔다. 시진핑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은 남성이고 박근혜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신사가 숙녀를 캐어하는 것은 당연한 젠틀맨십. 시진핑 주석 뒤에 따라오는 펑리위안 여사에게는 수행원이 우산을 받쳐 들고 있다. 따라서 여성인 박대통령이 의전장을 캐어하지 않은 것을 두고 굳이 무매너라고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5월 18일 헬기에서 먼저 내린 뒤 우산을 펴고 기다렸다가 발레리 재럿 백악관 선임고문과 애니타 브렉켄리지 부비서실장에게 우산을 받쳐주고 있다. [ABC뉴스 영상캡처]

게다가 박대통령의 경우는 공식 의전 행사 중이었다. 아무리 비가 세게 퍼붓는다한들 일개 의전장이 외국정상과 함께 우산을 쓴다는 것도 분수에 맞지 않는다. 차라리 자기 우산을 따로 드는 것이 옳았다. 의전장이 우산을 따로 들지 않은 것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그게 낫겠다는 본인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박대통령에게 있기는 하다. 무슨 말인가 하면 박대통령이 직접 우산을 들고 비행기 트랩을 내려온 점이다. 만약 박대통령이 우산을 받치지 않고 내려왔다면 당연히 의전장이나 다른 수행원이 곁에서 큰 우산을 받쳐 들고 캐어를 했을 것이니 말이다. 아무렴 사흘이 멀다 하고 외국 정상급 귀빈을 맞이하는 미국 의전장이 그만한 준비와 센스가 없을 리 없겠다.
 
기실 이번만이 아니다. 박대통령은 평소에도 혼자 우산을 쓴다. 다른 남성의 근접을 허락하지 않는 습관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대통령으로서의 권위 때문인지 아니면 미혼 독신 여성으로서 남성의 근접을 기피해온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튼 회의석상이든 이동 중이든 수행원들이 멀찍이 떨어져 동행하는 사진이 유독 많다. 이런 습관이 결과적으로는 상대에 대한 배려심 부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건 다시 자기고집, 독선으로 발전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 지난 14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을 피터 셀프리지 미국 의전장이 영접하고 있다. [연합뉴스]   

▲ 스위스 국빈방문 일정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각) 스위스 베른 케사츠역에서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으로 출발하기 위해 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4.1.22. [뉴시스]  

▲ “남이야 비를 맞든 말든 뭔 상관?.” 혼자 우산들고 지시하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     

금이 간 신뢰, 백악관의 푸대접?
 
다행인지 불행인지 당시 공항에는 박대통령을 환영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거물급 인사도 없어 대통령이 직접 우산을 들고 그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무리도 없었다. 진짜 문제는 박대통령의 우산 매너가 아니고 박대통령을 맞는 백악관의 태도이다. 공항에는 고작 의전장만 달랑 나왔다. 그야 국빈방문이 아니니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가자.
 
한데 이틀 후 백악관 현관에서 맞이한 이도 역시 의전장이었다. 집주인인 버락 오바마는 물론 미셸 오바마도, 부통령도, 국무장관도 나와 보지 않았다. 박대통령 혼자 방명록에 사인하고 오바마 대통령 집무실 문을 두드리고서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북핵 문제를 최고 시급성 있게 다루자!”는 상투적인 기자회견. 그마저도 박대통령은 기자들 질문에 버벅거렸다. 결국 아무 것도 얻어낸 것 없이 빈손으로 귀국했다.
 
박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이다. 한데 한국형 전투기 사업을 위해 핵심기술을 이전해 달라고 미국방부까지 찾아가 오버액션 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아무리 떼를 쓰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겠지만, 혹 미국인들이 속으로 ‘우릴 바보로 아나?’ ‘무슨 염치로?’ ‘그 기술 얻어다 중국에 갖다 바치려고?’하지나 않았을지 걱정이다.
▲ 지난 17일 박대통령을 집무실에서 맞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청와대]    

낭만적인, 심하게 말하자면 철없는 한국인들은 ‘지난 날 미국이 해방시켜 주었으니 이번엔 중국이 통일시켜 줄 차례’라는 듯 통일대박, 유라시아 벌판을 종횡무진 하는 꿈을 꾸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라면 오바마 대통령이 각국 지도자를 맞는 사진 한 장만 보고도 다가올 사태(?)를 짐작하고 그 나라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규모를 조정한다.
 
국제관계는 냉혹하다. 한 번 금이 간 신뢰는 회복이 여간 쉽지 않다. 지난 날 “노(No)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을 외치던 일본이 20년 동안 허우적대다가 한국과 중국의 열렬한 지원(?) 덕분에 이제 겨우 미국과의 신뢰를 회복하여 기운을 차리고 있다. 이젠 우리 차례인가? 확인하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산꼭대기에 이미 서리가 내렸건만 산 아래에선 베짱이들이 그늘 좋은 가지를 서로 차지하려고 멱살잡이에 여념이 없다. 힘이 없으면 지혜라도 있어야 할 텐데, 이래저래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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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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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 15/10/25 [16:03]
성별을 떠나서 사람이 비를 맞고 있으면 같이 쓰는게 인지상정
15/11/20 [21:53]
자기 멋에 살고 주관있게 살아야 한다지만 좀 이기유신적인  군사독재적인 과주관으로 뻔뻔하게 사는 사람이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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