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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의 고전 속 정치이야기] 지연전술(遲延戰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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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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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개 서상욱     ©한국무예신문
1947년 3월 13일, 장개석(蔣介石)의 명을 받은 호종남(胡宗南)은 33만 대군을 이끌고 홍군이 둥지를 틀고 있던 연안(延安)을 공격했다. 팽덕회(彭德懷)가 이끄는 중공군 서북야전군은 2만 6천명에 불과했다.
 
모택동은 섬서성 북쪽에서 지연전술로 적을 1년 이상 끌고 다녔다. 호종남은 서둘러 중공군의 주력을 섬멸하다가 유인책에 넘어가 분주하게 돌아다니기만 했다. 시간이 지나자 피로해진 호종남의 군대는 군량마저 부족하자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
 
자신은 모르고 있었지만 그는 이미 중공군의 매복권 내로 들어가 있었다. 초기에 전쟁을 주도하던 그는 어느새 피동적인 입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3월 19일, 중국공산당 중앙기구가 연안에서 철수한 후, 팽덕회는 두 개의 부대를 차출해 연안의 북쪽으로 후퇴했다. 연도에 흘린 약간의 물자로 적을 깊이 유인했다. 주력은 연안의 동북쪽 청화폄에 매복했다. 팽덕회는 중공군의 전력을 분산시키려는 호종남의 용병술을 정확히 꿰뚫었다. 작전계획에 따라 팽덕회는 호종남의 부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호종남도 팽덕회의 지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5개의 주력 여단으로 연안의 서북쪽 안새까지 추격했다. 이틀 후, 과연 호종남의 31여단이 나타났다. 적이 복병의 공격권 안으로 완전히 들어오자, 갑자기 사방에 숨어 있던 중공군이 나타나 포화를 퍼부었다. 순식간에 호종남의 31여단은 전멸했다. 여단장 이기운(李紀雲)을 비롯한 지휘부는 생포됐다.
 
팽덕회는 소수의 병력과 민병대로 연안의 동북쪽에서 끊임없이 게릴라전을 펼쳤다. 적을 괴롭히면서 결전을 유도하는 동시에 주력부대는 반대방향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1개 여단을 잃은 호종남은 3월 27일, 주력부대를 움직였다. 제1군단장 동쇠(董釗), 제29군단장 유감(劉戡)이 이끄는 9개 여단이 연안을 출발해 중공군 주력을 찾아 나섰다. 매복에 걸려 1개 여단을 잃은 호종남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방형(方形)전술을 채택했다.
 
두 개의 군단으로 십리에 걸친 방진을 구축하고 동시에 움직였다. 행군 속도가 느려진 것은 당연했다. 연안에서 청간까지는 사흘 거리였지만, 6일이 소요됐다. 도중에 팽덕회가 흩어놓은 소규모 부대가 끊임없이 출몰해 행군을 방해했다.
 
호종남의 주력은 4백리에 걸친 거대한 원을 그리며 팽덕회 부대를 견제했다. 워낙 긴장했기 때문에 장교들은 나태해졌고 병사들은 지쳤다. 4월 14일, 호종남은 휴식명령을 내렸다. 그 틈을 노려 중공군이 1개 여단을 섬멸했다.
 
호종남은 중공군이 황하를 도강할 때 섬멸하려고 반룡진에 대규모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병참기지를 건설했다. 팽덕회는 황급히 도주하는 것처럼 군용물자를 도로에 떨어뜨리고 적의 9개 여단을 수덕(綏德)으로 유인해 고립시켰다.
 
5월 2일, 팽덕회는 적보다 4배가 많은 병력으로 수비군 1개 여단을 섬멸한 후 신속히 후퇴했다. 5월 8일 호종남의 주력이 도착했을 때 중공군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중공군은 서북야전군을 편성해 호종남의 부대를 잇달아 격파하고 주도권을 장악했다.
 
1948년 설날이 지난 후, 중공 서북야전군은 선천(宣川)에서 작전을 전개했다. 선천은 서안에서 연안으로 통하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호종남은 이곳에 1개 여단을 남겨 수비했다.
 
2월 23일, 서북야전군이 한밤중에 갑자기 선천을 포위했다. 호종남의 지원군에 대비해 선천 서쪽에 주력을 집결하고 만반의 대비를 갖추었다. 26일, 호종남이 파견한 지원군은 관정에서 중공군을 견제하느라고 2월 28일에 간신히 선천의 서남쪽에 도착했다. 중공군은 즉시 그들을 포위했다.
 
2월 29일에서 3월 1일까지 벌어진 격전에서 지원군은 모두 섬멸됐다. 3월 3일 중공군은 승세를 타고 선천을 공격해 수비군 1개 여단을 섬멸했다. 4월 22일, 중공군은 마침내 공산당의 본거지인 연안을 수복했다. 서둔다고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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