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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의 고전 속 정치이야기] 미인계고(美人計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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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8-04-18

▲ 묵개 서상욱     © 한국무예신문
‘비본 삼십육계’에서는 미인계를 ‘병강자(兵强者), 공기장(攻其將), 장지자(將智者), 벌기정(伐其情), 장약병퇴(將若兵頹), 기세자위(其勢自萎). 이용어구(利用御寇), 순상보야(順相保也)’라고 했다. 강적을 만나면 우선 적의 우두머리를 겨냥해야 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전술과 전략으로 정면공격해서는 목적에 이르기 어렵다. 금전이나 미색은 좋은 수단이다. 적장의 정신을 소모시키고, 신체를 위축시키면 힘을 고갈시킬 수 있다. 성색과 향락에 빠지면 그의 정신과 신체도 부식된다. 장수의 정서가 위축되면 그의 부하들은 저절로 위축된다.
 
미인계에 포함된 함의를 살펴보자. ‘미’는 동사이다. 미로 정적을 농락하거나 부식시킨다는 뜻이다. 우두머리가 홀로 미를 독식하면 부하들의 불만이 커진다. 공격자에게는 반격의 기회가 온다. 미인계는 역경 풍산점괘(風山漸卦☴☶) 구삼효의 상사(象辭)인 ‘이용어구(利用御寇), 순상보야(順相保也)’에서 유래됐다. 하괘에서 유일한 양효인 구삼효가 변하면 풍지관괘(風地觀卦☴☷)로 바뀐다. 점괘 구삼효의 상사와 관괘를 참고한다는 뜻이다. 주석가들의 견해는 각자 다르지만, 초점은 문자에 대한 구체적 해석이다. 대의는 다음과 같다.
 
의기양양한 승자를 보며 전전긍긍한다. 부인은 의지할 곳이 없어서 자식들을 기를 수도 없다. 이것이 점괘 구삼효에서 암시한 흉조이다. 그러나 한 가닥 살길이 있으니 그것이 ‘이용어구’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정신과 의지를 가리킨다. 모든 것이 처참하고 황량하지만, 정신만은 죽지 않아야 강적을 제어할 기회와 수단을 찾을 수 있다. 찢어진 옷자락 속에 강렬한 복수심을 품은 부인의 모습이다. 아들을 잃은 어버이나 남편을 잃은 부인의 남은 인생은 죽음보다 못한 고통이다.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복수에 대한 강렬한 소망이다. 그러나 마음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거기에 상응하는 대책을 펼쳐야 한다. 희망은 승자가 가지는 허영과 교만, 인(仁)을 가장한 거짓 관용이다.
 
구삼효가 변하면 풍지관괘가 된다. 구삼효는 점괘의 아래인 간괘(艮卦☶)를 주도한다. 높은 산은 쉽게 꺾을 수 없는 강렬한 복수의지이다. 그러나 복수의지는 깊이 숨겨야 한다. 구삼효가 변하면 하괘는 곤(坤☷)이 된다. 곤은 지극히 유순함이다. 적에게 유순한 겁쟁이로 보이거나, 노예처럼 모든 것에 복종하거나, 아부를 늘어놓거나, 마음대로 유린해도 참고 성심성의를 다해 섬겨야 한다. 적이 자기가 화복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허영과 교만으로 가득차서 은혜를 베풀도록 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적은 땅을 요구할 수도, 금은보화를 요구할 수도, 아름다운 여자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땅을 주거나 재물을 주면 상대의 실력을 강화하므로 적절치 않다는 것이 증명됐다. 미모의 여자는 상대의 의지를 누그러뜨리고, 신체와 정신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신하들의 원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상책이다. 오랜 역사에서 미인계가 가장 성공한 원인이었다. 거꾸로 해석하면 여자를 잘못 건드리면 원한을 사게 된다. 마키아벨리의 말이다.
 
“군주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좋지만 원한을 사지는 말아야 한다. 특히 신하의 여자나 재물에는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인간은 아버지를 살해한 사람은 잊을 수 있지만, 자기 여자나 재물을 빼앗긴 것은 잊지 못한다.”
 
‘미투 신드롬’을 보다가 든 엉뚱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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